존경하는 동지여러분, 반갑습니다. 김주영입니다.
무더운 날씨에 평안하셨는지요?
저는 지금 대한민국 노동자를 대표해 ITUC-AP(국제노총 아시아태평양지역본부) 운영위원회와 일반이사회에 참석중 입니다. 이 곳에서 저는 각 국의 노동계 대표들을 만나 최저임금, ILO협약 비준, 조직화 문제 등 한국의 노동상황을 전하고 있습니다.
서로 언어가 다른 각 국의 대표들에게 우리의 상황을 설명하다가 문득 의문이 들었습니다.
'한국노총은 같은 말을 쓰는 대한민국 노동자와 국민들에게 어떤 내용과 방식으로 우리의 이야기를 설명 해 왔을까.'
저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던지게 된 것은 아마도 최저임금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내년 최저임금이 2.87%로 결정됐습니다. 예상보다도 매우 낮은 수치입니다. 이 수치를 받아들고 지난 일년을 복기해 봤습니다. 지난해 7월 최저임금이 10.9% 오른 뒤, 보수언론과 경제지를 통해 '모든 문제는 최저임금의 높은 인상에 있다'라는 분위기들이 광범위하게 퍼져나갔습니다.
이번 최저임금 결정에 대해 우리는 '참사'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그런데, 이후 나오는 여론의 반응은 우리의 높은 분노와 비교해 조금 다른듯 합니다. 이 간극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요.
단순히 언론에 모든 책임을 돌릴 수 만은 없습니다. 조건과 환경을 바꿔내지 못한다면 내년에도 우리는 비슷한 성적표를 받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저 자신에게 던진 '우리는 대중과 어떻게 소통하고 있는가'는 최저임금을 비롯해 수 많은 과제들을 풀어나가는 첫번째 질문이자 대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예컨데, 내년도 최저임금을 위해서 우리는 지금부터 광범위한 연대를 만들고 소통해 나가야 합니다. 올해 한국노총이 시작한 '99%연대'의 사업 중 하나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와의 긴밀한 연대는 최저임금 문제가 노동자의 임금 인상을 넘어 '공생 공존'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우리'편이 많아질수록 '우리'의 이야기가 사회의 여론이 된다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입니다.
우리는 흔히 한국노총은 협상과 투쟁을 병행하는 조직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그러나 자칫 협상과 투쟁은 이분법으로 흐를 수 있습니다. 협상과 투쟁의 기계적인 결합이 아닌 그 둘 사이를 연결하는 윤활유 같은 것, 그것은 바로 '대중성' 입니다. 대중의 이해가 담긴 협상 내용과 대중과 함께 하는 투쟁방식을 고민해야 합니다. 이러한 내용과 방식이 채워진다면 노동조합 운동의 외연확장과 더불어 우리에게 주어진 노동현안과 조직화의 문제도 좀 더 쉽게 풀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한국노총과 저는 올 하반기 이 질문을 가지고 전국의 동지들과 만나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안이 만들어지는 대로 알려드리겠습니다.
현장에서 동지들과 함께 질문을 던지고, 함께 해답을 찾아 나가면 좋겠습니다.
무더위가 계속될 것 같습니다. 잠시나마 가족들과 함께 재충전의 기회를 가지시고 늘 건강과 행복이 함께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감사합니다.
P.S : 언론을 통해 접하셨겠지만, 저는 지난 7월 12일 일본 렌고 리키오 코즈 회장과 만나서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 문제와 관련해 협의하고 ‘양국 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의 합의문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ITUC-AP 회의에서도 코즈 회장과 만나 이 문제를 더 논의할 계획입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