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가 밤샘 회의 끝에 현재 68시간인 1주일 최대 노동시간을 주 52시간으로 줄이는 법안을 전격 통과시켰다. 휴일근로에 대한 연장·휴일수당 중복할증은 인정하지 않는다. 대신 연 15일의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만들어 민간기업 노동자들도 돈을 받고 쉴 수 있도록 했다.

27일 환노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전날 오전부터 고용노동법안소위와 전체회의를 연이어 열고, 이날 새벽 3시쯤까지 이어진 마라톤 협상 끝에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주 52시간제’ 기업 규모별 단계적 시행 

개정안의 핵심은 근로시간 단축이다. 기존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에 따르면 근로기준법상 1주일은 5일이었다. 평일의 연장근로와 주말의 휴일근로를 별개로 보는 것이었다. 때문에 주 최대 노동시간은 평일 40시간과 연장근로 12시간, 여기에다 휴일근로 이틀의 16시간까지 허용돼 총 68시간으로 간주돼왔다. 개정안은 이 해석을 폐기하고 ‘1주일은 휴일을 포함한 7일’이라는 문구를 못박는 게 골자다. 이렇게 되면 휴일에 일한 것도 연장근로에 들어가므로, 주 최대 노동시간은 평일의 40시간과 연장근로 12시간을 더해 총 52시간으로 제한된다. 

따라서 앞으로 주 52시간 이상 일을 시키는 사업장은 불법이다. 다만 국회는 시장의 충격을 고려해 기업 크기에 따라 대처할 시간을 주기로 했다. 직원 300명 이상 사업장은 주 52시간제를 오는 7월1일부터 시행해야 한다.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은 2020년 1월1일부터,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은 2021년 7월1일부터 각각 적용된다. 

3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은 ‘특별연장근로시간’를 한시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주 52시간제 유예기간이 끝나는 2021년 7월부터 2022년 12월31일까지 노사 간 합의에 의해 주 8시간의 특별연장근로가 허용된다. 

■휴일 중복할증 대신 ‘빨간 날’을 유급휴일로 

근로시간 단축의 핵심 쟁점이었던 ‘휴일근로 중복할증’은 인정하지 않는다. 휴일에 일한 대가로 연장근로수당과 휴일근로수당을 함께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수당 부담이 급격히 늘어난다”는 경영계와 야당 주장을 받아들여, 휴일에 일한 수당은 현행대로 통상임금의 50%만 더 주는 것으로 유지했다. 대신 여야는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만들기로 했다. 삼일절·광복절·명절연휴 등 연 15일 가량의 관공서 휴일을 모든 민간 노동자들의 ‘돈 받고 쉬는 날’로 바꾼 것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유급휴일을 주휴일(일요일)과 노동절만 규정하고 있어, 관공서 휴일을 유급으로 보장받지 못하는 중소영세기업 노동자들은 설·추석 연휴에도 개인 연차를 쓰고 쉬어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공휴일 유급휴가도 기업 규모에 따라 적용 기간을 달리한다. 300인 이상 사업장은 2020년 1월1일부터 적용된다. 30~299인 사업장은 2021년 1월1일, 5~30인 사업장은 2022년 1월1일부터 시행한다.

‘무제한 노동 이용권’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근로시간 특례업종은 대폭 줄였다. 근로기준법 59조는 노사가 합의를 하면 법에 정해진 연장근로시간보다 더 일할 수 있는 특례업종을 규정하고 있다. 이를 현행 26개에서 5개로 줄이기로 했다. 남은 육상운송업·수상운송업·항공운송업·기타운송서비스업·보건업 등 5개 업종은 특례를 유지하는 대신, 노동자들의 연속 휴식시간을 최소 11시간 보장하기로 했다. 이 규정은 오는 9월1일부터 적용된다.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해야 최종 확정된다. 국회에서 가장 높은 문턱인 상임위를 넘겼기 때문에 이후 절차는 무난히 통과하리라는 관측이 많다. 근로기준법 개정 논의는 19대 국회 때인 2013년 6월부터 이어져 온 해묵은 논쟁이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부터 “노동부 행정해석을 폐기하겠다”며 장시간 노동 관행을 해결하기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정부·여당으로서는 묵은 과제를 해결한 셈이지만, 휴일 할증문제에 대한 노동계의 반발과 기업 규모별 단계적 시행에 따른 근로시간의 양극화 등은 남겨진 숙제다. 노동계는 지난해 말 환노위 여당 의원들이 중복할증을 허용하지 않는 쪽으로 야당과 협상의 물꼬를 트려 하자 ‘개악’이라며 반대해 왔다. 중복할증 쟁점은 대법원에서 관련 사건을 심리 중이기도 하다. 입법부의 결정이 사법부 판단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30인 미만 소기업에 1년6개월간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한 것도 근로시간 차별 논쟁을 부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