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과 쌍용차가 통상임금에 상여금을 포함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통상임금이란 월급이나 시급 등 근로자에게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급여로 퇴직금을 비롯해 연장, 야간, 휴일근로 등에 대한 각종 수당과 상여금을 산정하는 기준이 된다. 지난해 말 대법원은 “정기성, 고정성 등의 조건이 갖춰진 임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며 통상임금 확대 판결을 내렸다. 이후 기업체별로 통상임금 확대가 노사 교섭의 핵심 안건이 됐다. 이런 와중에 한국GM과 쌍용차의 결정이 나오면서 관련 업계는 긴장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당장 자동차 업계의 맏형 격인 현대차 노사 협상에 재계는 물론 노동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통상임금 확대가 없으면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강경 입장이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한국GM은 대법원 판결이 난 경우라, 현대차와는 차이가 있다. 지급 조건(2개월간 15일 이상 근무)이 있기 때문에 우리 회사 상여금은 통상임금 대상인 정기상여금이 아니다”라고 반박한다. 자동차 업계뿐 아니다. 야근이나 잔업이 많고 상여금 비중이 높은 조선과 철강, 기계부품 업계도 임금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최근 동맹파업을 벌이고 있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보건의료노조도 통상임금 문제 해결을 요구사항으로 내세운다. 통상임금 확대 논란 조선·철강 업계로 범위 확정하고, 임금체계 개편 추진 필요 기업 입장에선 당장 재무적 부담을 우려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통상임금 확대에 따른 자동차 업계의 인건비 증가만 연간 1조5516억원에 이른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최근 성명을 내고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면 각 기업에 따라 20~30%의 인건비 상승효과가 예상된다. 이를 물리력으로 관철하려는 시도는 노사 모두의 공멸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통상임금 범위 확대에 따른 파장은 중소·중견기업계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통상임금 확대에 따른 중소기업 비용 부담은 연간 3조4246억원에 달한다. 노동계에선 이에 대해 “통상임금 확대는 대법원 판결 내용에 부합한다. 이로 인한 실질임금 인상은 소비 확대에도 도움이 된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학계에서도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는 것이 임금구조에 안정성과 고정성을 높이고 장시간 근로 해소와 일자리 창출에 도움을 준다는 긍정론과 기업 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나 경제 활성화에 역행할 수 있다는 비관론이 팽팽하게 맞서 있다. 이처럼 대법원 판결에도 통상임금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는 이유는 회사마다 사정이 다르고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입법화도 지지부진하다. 당초 통상임금 관련 입법을 올해 상반기 중 마무리한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었지만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산하 노사정소위원회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한 데다 세월호 참사 등 다른 현안에 밀려 제대로 거론되지도 못했다. 이철행 전경련 고용노사팀장은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통상임금 범위를 확정하되 인건비 총액이 급격히 늘어나지 않도록 노사가 협력하고 중장기적으로 생산성 향상과 성과직무급 중심 임금체계 개편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기가 좋지 않기 때문에 임금 인상을 두고 현장에서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접점을 찾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정부와 국회에서도 명확한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노동연구원의 A박사 주장도 같은 맥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