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터카 대리운전 보험제도 개선 촉구 기자회견문

대리운전시장의 규모가 2~3조에 달하도록 성장하였음에도 20만 대리운전노동자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산재·고용보험을 비롯한 어떠한 사회적 보호없이, 과도한 수수료와 이중 보험료, 부당한 계약해지와 배차 제한처럼 대리운전업체의 갑질과 횡포에 시달려 온 대리운전노동자들은 자동차보험 적용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위험까지 떠안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렌터카 대리운전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 렌터카공제조합이 대리운전노동자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다.

렌터카 이용자들이 대리운전을 요청해 운행하다 발생한 사고에 대해, 렌터카공제조합은 약관과 임대차계약서의 ‘제3자 운전금지’조항을 근거로 “렌터카의 임차인이 대리운전기사의 운전을 허락했더라도 이는 렌터카업체의 의사에 반한 것이라서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며 대리운전노동자들에게 구상금을 청구하고 있다.

제3자 운전금지를 인지하고 지켜야 하는 건 임차인이고, 렌터카공제조합이 구상금을 청구할 대상은 임차인과의 대리운전 계약 관계에 있는 대리운전 중개업체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렌터카공제조합은 편의상 가장 약한 주체인 대리운전기사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대리운전기사는 제3자 운전금지 사항이 적용되는 차량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고, 이런 중대한 사항을 알리지 않은 임차인과 대리운전중개업체가 대리운전기사보다 우선 책임이 있음이 상식이다.

2019년 서울지방법원의 판례에서도 렌터카업체의 약관만으로 대리운전기사가 피보험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렌터카 임차인의 음주로 인한 대리운전이 렌터카업체의 의사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힌 바도 있다.

제3자운전금지 조항 때문에 대리기사를 향한 소송이 반복된다면 대리운전기사들이 ‘허’, ‘하’, ‘호’ 넘버의 렌터카를 기피하는 경향이 늘어날 것이고, 이는 음주운전의 증가와 더 큰 사회적 비용 지불로 이어질 것이다.

대리운전 노동자들은 렌터카공제조합이 대리운전기사를 향한 구상금 청구를 철회하고, 비상식적 약관을 즉각 변경할 것을 촉구한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구상금을 청구해 대리운전노동자들로부터 빼앗아간 모든 금액을 반환할 것을 요구한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역시 렌트카공제조합과 대리운전보험을 혁신하고, 대리운전 노동자들의 노동권과 생존권 보호를 위한 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미 3년이 지난 사고에 대해 렌터카공제조합이 대리운전기사에게 구상금을 청구한 지난 9월 23일 소액재판에서 법원이 이례적으로 즉결 심판없이 오늘 변론을 듣는 절차를 가지기로 한 것은 긍정적 신호라 보인다.

금번 소송에 대해 법원이 변론의 기회를 마련한 것으로 그치지 않고, 시대상황을 반영하지 않는 렌터카공제조합의 제3자운전금지 조항과 취약한 대리운전기사를 향한 구상금 청구가 사회정의에 부합하지 않음을 분명히 밝히며 합리적 판단을 내리기를 기대한다.

2020년 10월 21일

한국노총전국연대노조,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 플랫폼프리랜서노동자협동조합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