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노동자, ‘심각한 감정노동…정신건강 검진 원한다.’

최근 1년간 승객으로부터 폭언·욕설·협박 경험 81.3%, 심각한 감정노동

폭언·욕설·협박 경험 후 운행 중 사고발생 위험 증가…국민안전 적신호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도적 후속대책 미흡, 사업주 ‘아무런 조치 없음’ 84.9%

국민건강검진 내 뇌혈관계·소화기계 다음으로 심리상담 등 정신건강 희망

택시는 늦은 시간대에도 운행하며 대중교통의 사각지대를 보완하고, 교통약자의 이용편의를 증가시키는 등 대중교통에 준하는 교통수단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왔다. 그러나 교통정책에서의 배제와 유사택시의 등장, 시장 내 과잉공급으로 인한 경쟁심화 속에서 택시노동자는 불합리한 임금체계와 장시간 운행과 같은 열악한 노동환경에 오랜 기간 노출되고 있으며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이러한 부정적 환경들이 택시노동자의 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미쳐 사고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심각성이 대두됨에 따라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건강증진을 위한 방안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한국노총중앙연구원 장진희 연구위원은 강상욱 공공교통연구소 소장(前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명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과 공동으로‘택시노동자 노동환경 실태 및 개선방안 연구’를 진행하였으며 해당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24일 오후 4시 한국노총 6층 대회의실에서 한국노총중앙연구원과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공동주최로‘택시노동자의 노동환경 개선과 건강권 확보방안’토론회를 진행한다.

이번 연구를 위해 실태조사와 초점집단 인터뷰(Focus Group Interview), 해외사례 검토를 실시하였으며, 실태조사는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서울지역본부 및 경기지역본부 조합원 518명을 대상으로 노동시간, 건강상태, 운행환경 및 사고경험, 환경개선을 위한 정책수요 등 총 4개 영역에 걸쳐 이루어졌다. 여러 영역 중에서도 운행환경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초점을 맞추고, 기존 택시노동자 건강지원 정책에서 후순위로 다뤄졌던 정신건강의 중요성에 주목하였다. 초점집단 인터뷰와 해외사례 역시 택시노동자의 건강권 확보를 위한 방안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이들의 노동환경 개선과 건강권 확보방안을 도출하였다.

연구결과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주요한 결과를 도출하였다. 택시노동자는 입출고시간과 운행 중 휴식시간, 식사시간 등을 제외한 일평균 실 운행시간은 10.2시간에 달하였는데, 이는 우리나라 임금노동자와 시내버스노동자의 일평균 노동시간보다 약 2시간 이상 긴 수준이며 주된 원인은 사업주에게 납입해야 하는 운송수입금기준액과 낮은 수입으로 드러났다. 또한 삶의 질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로 꼽는 여가시간은 일평균 4.0시간으로, 우리나라 일평균 여가시간(주말 6.0시간, 평일 5.5시간)에 비해서 짧고, 일평균 수면시간은 6시간 36분을 보이며 우리나라 평균 수면시간 7시간 41분에 비해서 1시간가량 부족하였다. 이처럼 택시노동자는 비합리적인 임금체계와 저임금으로 인해 장시간 운행에 직면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심각한 일·생활 불균형 상태에 놓여있었다.

일·생활의 불균형은 택시노동자의 건강상태에 밀접한 영향을 주고 있었는데, 그중 장시간 운행의 경우 심혈관계와 근골격계, 정신건강 등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고된다. 실제 택시노동자의 85%이상이 근골격계, 호흡기계, 소화기계 질환으로 통증을 경험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각 질환별 유병률을 보면 근골격계의 경우 87.6%, 호흡기계67.0%, 소화기계는 59.8%로 높았다. 특히 이러한 통증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택시노동자의 90.7%가 지속적인 통증을 경험하고 있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지속적인 통증이 운전집중도를 낮추는 등 사고발생에도 큰 영향을 주는 결과를 보였다. 택시노동자의 63.0%는 통증으로 인해 운행에 불편을 겪고 있으며, 운행이 불가능하다는 비중도 4.5%를 차지하였다. FGI 결과 역시 오랜 택시운행은‘골병’이라고 인식될 정도로 과로 노동이라 자인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근골격계뿐만 아니라 시력악화와 급격한 체중변화 등 신체적 건강에 상당한 무리를 겪고 있는 결과를 보였다.

택시노동자는 육체적인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건강 역시 매우 취약한 집단으로 나타났다. 택시노동자는 취객 등 여러 유형의 승객을 좁은 공간에서 대면하는 환경적 특성으로 인해 승객으로부터 폭언과 욕설, 폭행 등에 쉽게 노출되는데, 실제로 택시노동자 중 81.3%는 최근 1년간 승객으로부터 폭언·욕설·협박 등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특히 1개월에 1회 이상 폭언이나 욕설을 경험하는 비중은 34.7%를 차지하였다. 이처럼 택시노동자는 승객으로부터 빈번하게 폭언과 욕설 등을 경험하고 있지만 주된 대응방법은‘그냥 참고 넘어감’이 64.4%였으며, 회사는 무려 84.4%가‘아무런 조치 없음’이었다. 즉 택시노동자는 심각한 감정노동에 직면한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정신건강 보호와 후속조치를 위한 제도적 장치는 마련되지 않은 현실이었다. 또한 승객으로부터의 정신적 피해뿐만 아니라 빈차운행(사납금 압박), 안전운행 긴장감,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 매우 다양한 요인이 택시노동자의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주고 있음이 드러났다. 따라서 기존 택시노동자의 육체적 건강상태를 중심으로 논의되어왔던 택시노동자의 건강영역이 정신건강까지 확대되어야 할 필요성이 드러났다.

「산업안전보건법」,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택시노동자는 의무적으로 일반 건강진단을 받도록 되어있으며, 2014년부터 유해요인에 야간작업이 추가됨에 따라 택시노동자는 일반 사무직에 비해 더욱 촘촘한 법·제도적 보호를 받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택시노동자 중 건강검진에 만족하는 비중은 고작 9.2%에 그쳤다. 이러한 주된 원인은 택시노동자의 70.7%는 건강검진은 형식적인 검사에 불과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70.5%는 실제 아픈 곳에 대한 건강검진 항목이 없어서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응답하였다. 조사결과, 국민건강검진 시 추가되었으면 하는 검진항목을 보면 뇌혈관계 검사 34.8%, 소화기계 검사 20.2%, 그리고 스트레스, 심리상담 등 정신건강이 14.1%를 차지하였다. 이는 택시노동자의 대표적 질환으로 알려진 근골격계(12.3%), 호흡기계9.6%), 비뇨기계/항문관련(4.3%)를 넘어서는 비중으로 택시노동자의 정신건강에 대한 욕구가 매우 높음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다만, 심각한 고령화에도 불구하고 인지관련 검사는 2.2%로 매우 낮았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토대로‘경영 및 서비스 평가 의무화를 통한 택시노동자 노동환경 개선 및 건강증진 방안’과 ‘특수건강검진 내 정신건강 검진 마련 및 지원’, ‘일반택시 운수종사자 복지재단 내 정신건강 지원프로그램 신설’, ‘택시노동자 노동시간 단축모델 개발’, ‘택시노동자 협박·폭행 시 가중처벌 홍보 및 택시서비스 향상을 위한 자체 교육실시’등을 제안하였다.

강상욱 공공교통연구소 소장은 일본을 중심으로 해외사례를 검토하여 시사점을 도출하였다. 조사결과, 일본의 택시노동자 역시 전산업노동자에 비해 월평균 13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었으며, 우리나라에 비해 높은 택시요금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평균 임금수준은 전산업노동자의 약 63% 수준에 불과했다. 특히 일본의 택시노동자 역시 우리나라 택시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장시간 운행과 매출 할당량에 대한 부담이 있으며, 접객영업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 높은 신체적 피로도 등을 경험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일본의 사업용 자동차 건강 기인 보고 사안의 원인을 병명별로 보면 주로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어지럼증, 실신 등이었는데 사망운전자의 80%가 뇌·심혈관질환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일본의 택시노동자 역시 건강에 취약한 집단으로 드러났다.

일본정부는 택시노동자의 건강관리를 위해‘노동안전위생법’에 의해 고용시 건강검진, 정기 건강검진, 특정업무 종사자 건강검진 등 3종류의 건강진단을 의무화하고 있다. 또한 자동차 사고 대책기구(NASVA)에서 고령 운전자에 대한 적령진단을 시행하는데, 특히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에 대한 별도의 적령진단을 시행하고 있다. 또한 과로운전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후생노동성에서는‘자동차 운전자의 노동시간 등을 개선하기 위한 기준’과 국토교통성에서는‘여객자동차운송사업 사업용 자동차 운전자의 근무시간 및 승무시간에 관한 기준’에서 구속시간*과 휴식시간 등 노동시간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이밖에 택시노동자 건강관리 등을 위한 매뉴얼을 마련하여 이들의 건강증진을 지원하고 있다.

*구속시간이란 시업시각부터 종업시각까지의 시간으로, 노동시간과 휴식시간의 합계시간을 말함. 

일본의 사례를 참고하여 우리나라에 적용 가능한 몇 가지 대책을 제안하였다. 우선, 일반택시 운수종사자 복지재단을 활용한 65세 이상 고령노동자 특수검진 및 지원 등‘건강검진 제도의 정비’를 제안하였다. 또한‘스트레스, 질병 등 건강상태에 대한 정기적 관리시스템 구축’, ‘택시노동자의 일상 건강, 리스크 관리 매뉴얼 마련 및 시행’, ‘택시노동자 건강관리 등 우량사업자 평가우대 및 지원’등을 제안하였다.

내실있는 토론회를 위해 강성규 가천대 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가 좌장을 맡았으며, 송제룡 경기연구원 교통물류연구실 선임연구위원, 안기정 서울연구원 교통시스템연구실 연구위원, 이문범 법무법인 이산 노무사, 이헌영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노사대책본부 국장이 토론자로 참석하였다.

2020년 9월 24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